나는 유독 술을 마실 때, 주체 할 수 없는 욕구를 느낀다.

다른 상황에서는 흡연욕을 대부분 이겨낸 듯 보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정도가 줄어들고 있으나, 유독 술 자리에서만은 그렇지가 않다.

지난 주에는 너무 힘이 들어서 손에 담배를 거꾸로 들고, 필터를 테이블에 톡톡 두드리면서 젓가락을 빨았다.

다른 사람들은 담배를 잊으려 술을 마신다는데, 내가 그렇게 했다가는 마트로 달려가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가 왜 더 심하게 욕구가 생길까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고민 끝에 답이 나왔다.

내가 본격적으로 술을 마신 건 대학교 1학년 때부터다.

이 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술을 무지 마실 때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고, 다른 사람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술을 사랑했다.. 친구, 선배들은 나를 주당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 시간이 조금 더 흐르니 나를 주신이라고 한다. 정말 취하지도 않고, 얼굴이 붉어지지도, 균형을 못잡지도 않았다. 그냥 정상 그대로다..

그러다가 사귀던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너무 힘들어서 혼자 울었다.. 울다가 술 마시다를 반복했는데, 친구놈들이 보기 안쓰러웠던지 한 잔 사겠단다. 다들 돈도 없었을 땐데...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데, 소주 3병 정도를 마셨다.. 너무 힘들어서 취하고 싶은데, 취하지를 않았다.. 더 마셨다. 한 7병 되는갑다.. 두당 3병 정도 마셨을 때, 친구들은 거의 돌아가실 지경이었고 혼자 씨불대며 술을 마셨다..

듣고 있기가 힘들었던지 친구놈이 담배를 권한다. 한 대 피면 술 좀 취할거라고.. 한 대 물었다. 입담배... 그거 아니라고 들이마시랜다. 기침작렬.. 어쨌든 한 대를 다 태우고 나니 조금은 취하는 것 같아 계속 물었다. 기침도 조금은 덜 난다.. 그렇게 반 병을 더 마시고 약간은 술에 취해 집으로 갔다. 내 기억에 있는 처음으로 술에 취한 날이다..

그 후로 항상 술을 마시면 담배를 피웠다. 그러다가 술을 마시지 않아도 담배를 피웠다. 그 세월이 10년이다.

요즘은 술을 마시면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간다. 그리고 그 때의 반도 못 마실 뿐더러, 몸도 붉어지고, 머리도 헤롱거리고, 수면부족으로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물론 머리가 아프다거나, 속이 쓰리거나 한 적은 한 손에 꼽을 정도이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고 마시지만..

그런데 이제는 그 어떤 다른 이유보다 담배 걱정을 해야 하기에, 술자리에 잘 가지 않으려 한다. 금연 후 약 10회의 술자리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때 마다 굉장히 힘들어 했다.

그렇게 힘든 일을 왜 만들 것인가.. 안 가면 그만 인 것을..

이 곳 금길에 계신 여러분.. 개개인별로 어떤 상황에서 가장 힘들다 라는 것은 가지고 계실겁니다. 그렇다면 이제 선택은 2가지인데..

정면 승부 하거나, 피해 가거나 입니다. 결국 목적은 금연이기에, 피해 간다고 욕할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 피하시든 승부를 보시든 꼭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언젠가는 붙어봐야 한다는 사실도 절대로 잊으셔선 안 됩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이제까지 정면승부 였는데 사실 너무 힘들어서요.. 한 열 번 이겼으니까 좀 피해 가보려구요.. 기운 좀 차리고 다시 붙어봐야겠습니다.

수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