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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및 비법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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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100일! 혼자가 아니라서 할 수 있었습니다.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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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100일! 혼자가 아니라서 할 수 있었습니다.
작성자 evitagen 작성일 2024-11-08
조회수 295 추천수 3

100일을 무사히 통과했다는 기쁜 마음으로 두서없이 씁니다.

21살까지 담배를 모르고 살다가 한 선배의 꾐에 빠져 흡연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담배는 필터 끝으로 갈수록 진하지. 인생도 위태로울수록 아름다운 거야."라는,

25살짜리 철부지 복학생의 겉멋에 잠시 마음을 빼앗겼던 것이 20년이나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헤비 스모커는 아니었지만, 군대 훈련병 시절을 제외하고는 담배를 손에서 놓은 적이 없습니다. 하루에 적으면 3개 많으면 7~8개피 정도를 꾸준히 피웠습니다.

20대에 만난 친구들의 평에 따르면 제 취미이자 특기가 '논쟁하기'였다 합니다.

내가 맞니, 네가 맞니, 입 안이 바짝 마를 때까지 정신없이 다투다가

잠시 쉬는 시간에 찬바람을 쏘이며 피우는 담배 한개피가 그렇게 달콤할 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흡연하는 남자를 꺼려하기에

연애할 때마다 숨기고 들키고 변명하고 또 숨기고 들키는 한심한 짓거리를 계속했습니다.

딱 한번, 담배 피우는 모습이 멋지다며,

자취방 베란다에 귀퉁이가 깨진 사기 그릇으로 재털이를 만들어 준 여자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만,

새로 출시된 담배를 호기심에 잠깐 피워보고 마는 것처럼 오래 가지는 못했습니다.

(한참 잊고 있다가 최근에 하이볼이 유행했을 때 그 여자가 다시 생각났습니다.

처음으로 제게 하이볼을 만들어준 사람이었거든요.)

하여튼 이후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둘이나 낳고도 저는 담배를 끊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작년 말에 건강검진에서 폐결절 소견이 나왔습니다.

상담해준 의사는 그것이 흔한 사례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말했는데,

제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그러면 진짜 걱정할 필요 없는거냐 몇 번 물으니

마지막에 귀찮아 죽겠다는 티를 팍팍 내며 반문하더라구요.

 

"담배는 안 피우죠?"

 

그 말이 제게는,

"담배 피우면 당연히 걱정해야지 이 양반아. 20년이나 피워놓고 폐가 멀쩡하길 바랬어?“

이렇게 들렸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떻게 했느냐면,

병원비 결제를 하고 나와 주차장에서 또 한 대 피웠습니다.

고작 한 개피 가지고 당장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뭐. 이런 마음이 절반. 이제 이놈과도 헤어질 때가 되었나보다. 이런 마음이 나머지 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도 담배를 끊지 못하고 몇 달이나 있다가 이번에는 치과의사한테서 같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입안에 생긴 궤양이 혹시 심각한 거 아니냐 했더니 살펴보고는 걱정 말라더군요.

전날 밤에 구강암에 대한 인터넷 서칭을 잔뜩 해봤던 터라 거듭 물었습니다. 오검도 많다길래요. 그랬더니 또 의사가 묻습니다.

 

혹시 담배는 안 피우시죠?“

 

신이 있다면, 그래서 남들은 다 운칠기삼일 때 혼자만 운삼기칠인 이 불운한 영혼에게 대오각성의 기회를 주는 거라면, 그게 딱 그 순간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깨달음도 보름을 채 가지 못했구요.

서서히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자포자기로 이어질 무렵 미뤄왔던 임플란트 수술을 계기로 다시 금연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사회생활을 하다 만난 사람 중 임플란트 수술 후에 금연을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완전히 몸이 달라진 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면면을 보자면, 자기 잘난 맛에 살고 타인을 함부로 대하기도 해서 딱히 인격적으로 성숙하다거나 귀감이 될만하거나 그런 타입이 전혀 아니거든요.

그래서 금연 초기에는 그런 사람도 금연을 했는데, 내가 못 할쏘냐.’하는 호승심이 흔들리는 멘탈을 다잡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의사의 조언도, 신이 내민 구원의 손길도 못 했던 일을 당신 덕분에 해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훈의 산문집 허송세월을 읽은 것도 그 즈음입니다.

작가는 서문에 등산, 술과 더불어 40년 연력의 담배를 끊게 된 사연을 풀어냈는데 당연히도 저는 그 중 담배에 관한 에피소드를 여러 번 탐독하였습니다.

흡연습관에 대한 자가 테스트를 해보면 저는 의존-습관성에 가까웠고, 그래서인지 식은땀이나 한기, 졸음 혹은 불면증처럼 생리적으로 드러나는 금단 증상은 그렇게 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변비로는 조금 고생했지요.)

다만, 인생을 영화로 비유하자면, 제게는 흡연이 컷사인 후 막간에 해당하는 시간이었는데, 그것이 앞으로 영영 없다고 생각하니 수시로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도 멍해졌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원테이크로 가는 영화를 찍어야 하는 배우가 된 기분이랄까요. 게다가 이 촬영은 제가 죽기 전까지 끝날 리 없으니까요.

이런 심리적 금단증세를 견디는데 김훈의 글은 의외의 위로가 돼 주었습니다.

특히 고창 선운사의 노승과 나눈 우문현답은 어딘지 모르게 마음을 끄는 구석이 있어서 담배가 급 땡길 때마다 부랴부랴 금연껌을 씹는 것처럼(저는 생금 중입니다만) 찾아 읽었지요.

담배 끊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 줄 아느냐는 김훈의 볼멘소리에 스님은 다음과 같이 일갈하는 데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등짝을 후려치는 죽비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그걸 왜 못 끊어. 자네가 안 피우면 되는 거야. 피우면 못 끊는 거고.“

<중략>

쉽구나. 쉽다, 쉬워. 그렇게 쉬운 걸 못 하는구나. 쉬워서 못 하느냐.“

 

헐리우드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금주 자조모임을 보면서 자기들끼리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고 하는게 도움이 되나. 결국은 자기 의지가 중요한 거 아닌가.’하고 시니컬하게 생각하고는 했어요.

그런데 그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칠전팔기 불굴의 정신을 타고난 게 아니고서야 한귀의 유혹 앞에서는 장사가 없고, 그 순간에는 내 박약한 의지를 믿기보다 성공담이든 실패담이든 다른 사람의 경험을 경청하고 되새기는 것이 훨씬 더 큰 힘이 된다는 것을요.

이 정도 왔으면, 나에게 주는 선물로 한 개 정도는 피워도 되지 않을까.’ 금연 한 달째를 막 넘기고 허튼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를 때, 10년도 전에 은퇴를 앞둔 생면부지의 아저씨가 써놓은 이맘때의 금연일기가 뜻밖의 자경문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그 뒤로 회사에서 틈날 때마다 누군가 인터넷에 올린 금연 일기를 찾아 읽었고, 자연스레 이곳 금연길라잡이에도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50일이면 50, 51일이면 51. 공감마당에 금연일수를 검색하면 어김없이 저와 같은 시간을 통과했던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금연 선배들의 사연을 찬찬히 읽다보면 이 길을 가는 것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 담배를 몰랐던 날이 까마득한 것처럼 지금의 막막함과 괴로움도 언젠가는 아스라한 과거가 될 것임이 자명한 사실로 느껴졌습니다

외롭지 않았고, 그 순간만큼은 은단이나 사탕, 커피 없이도 오롯이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100일을 넘기고 스스로에 대한 대견한 마음과 더불어 금길의 선배님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장황한 글을 남깁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저의 경험 역시 금연을 새롭게 다짐하거나 한귀와 싸우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졸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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