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된 위험의 담배제품(MRTP, Modified Risk Tobacco Product)
MRTP(Modified Risk Tobacco Product)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군의 학자들이나 담배회사, 그리고 언론사에서‘위험저감 담배제품’으로 번역 사용되면서 MRTP가 덜 해로운 담배제품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2020년 7월 가열담배가 사람에서의 건강 위험 저감이 아닌 담배 배출물에서 유래하는 유해물질의 노출 저감으로 MRTP로 승인되면서 MRTP에 대한 오해가 증폭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국내 금연전문가들은 MRTP(Modified Risk Tobacco Product)의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 위험저감 담배제품 보다는 ‘수정된 위험의 담배제품’ 또는‘수정위험 담배제품’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번역에 의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원어의 약자인 ‘MRTP(가칭, 수정된 위험의 담배제품)’로 지칭하여, MRTP(수정된 위험의 담배제품) 승인의 의미와 가열담배 MRTP(수정된 위험의 담배제품 승인에 대한 배경 및 쟁점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은 2009년 6월 22일 가족흡연예방 및 담배규제법(Family Smoking Prevention and Tobacco Control Act, TCA)을 제정하여 담배 제품에 관한 규제권한을 미국 식품의약품 안전처(FDA)에 부여하였습니다. 이 법률에 따라 2011년 3월 22일부터 미국 시장에 새로운 담배제품을 출시하거나 기존 제품을 변경할 경우, 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시판 허가 명령(Pre-market Tobacco Product Marketing Order)’을 얻어야만 판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판 허가 명령은 ‘시판 전 담배제품 신청(Pre-Market Tobacco Application, PMTA)’ 과정을 통해 기존의 비교대상 제품(표준 궐련이 일반적임) 대비 공중보건학적 관점에서 ‘더 해롭지 않다’는 점을 입증하면 내려집니다.
즉, 이러한 일련의 절차와 제도의 기본적인 목적은 ‘담배제품의 안전성 확인이나 승인’이 아닌 ‘새로운 담배제품 판매의 엄격한 관리’에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국 FDA는 MRTP(수정된 위험의 담배제품)를 규정하고 별도 신청(Modified risk tobacco product Application, MRTPA) 절차를 마련하였습니다.
이 제도에서의 MRTP(수정된 위험의 담배제품)는 신규제품의 상표나 광고에서 자사 제품이 명시적 혹은 암묵적으로 ‘기존의 담배제품보다 ①덜 해롭거나 ②담배관련 질병위험을 낮추거나 ③연기(혹은 에어로졸) 중의 유해물질 수준이 감소되었거나 ④유해물질의 인체노출이 감소되었거나 혹은 ⑤유해물질을 함유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포함할 수 있도록 허가한 제품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신청(MRTPA) 절차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해당 제품으로 인한 인구집단 전체의 건강상 이득이 확실하거나 예상’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담배제품이 MRTP(수정된 위험의 담배제품)로 승인받기 위해서 담배회사는 무역이나 상업적 기밀 외 FDA에서 요청하는 자료를 생성하고 제출해야합니다. 이후 미국 FDA 산하 담배제품 과학적 자문위원회(Tobacco Product Scientific Advisory Committee, TPSAC)는 담배회사에서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MRTP 신청(MRTPA)에 대한 검토를 진행합니다. 이 검토 과정에서는 다음과 같은 5가지 사항이 고려됩니다.
또한, 미국 FDA에서는 MRTP(수정된 위험의 담배제품)를 크게 ‘노출저감(Exposure Reduction)’과 ‘위험저감(Risk Reduction)’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노출저감’은 신규 담배제품에서 배출되는 특정한 유해물질의 농도가 감소된 것을 말하며, ‘위험저감’은 신규 담배제품이 담배관련 질병위험을 낮추거나, 사망률을 낮추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MRTP 신청(MRTPA)에 최초로 통과한 제품은 스웨디쉬 매치(Swedish Match)라는 제품으로, 머금는 담배(Dipping Tobacco) 혹은 스누스(snus) 류의 무연(無煙) 담배제품군입니다. 이와 관련된 8개 제품은 2019년 10월 22일 MRTP(수정된 위험의 담배제품)로 허가되었습니다. 2020년 7월 7일에는 필립모리스 사의 아이코스 시스템 홀더와 충전기, 히트 스틱 3종 등 4개 제품이 궐련 제품군으로 허가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허가된 제품군은 특정 유해물질의 배출이 적어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저감 인가를 받았을 뿐, 위험저감 인가는 받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특정 유해물질의 농도가 감소했다는 내용의 광고는 할 수 있지만, 해당 제품 사용으로 인한 질병 위험을 낮춘다는 광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필립모리스 한국 홈페이지에서는 “아이코스는 미국 FDA의 위험저감 담배제품 마케팅 인가를 받은 최초이자 유일한 전자담배 제품이 됐다.” 라고 엉뚱하게 홍보하였습니다. 이는 아이코스가 미국에서 MRTP(수정된 위험의 담배제품)로 규정되었지만 그 내용이 위험저감이 아닌 노출저감이라 사실과 전자담배가 아닌 궐련 담배제품군에 속한다는 사실을 감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20년 7월 세계보건기구(WHO)는 미국 FDA가 가열담배(Heated Tobacco Product, HTP 또는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를 MRTP(수정된 위험의 담배제품)로 허가한 것에 대한 비판적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WHO는 가열담배가 담배제품이기 때문에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의 적용을 받는다고 분명히 하면서, 이 협약에 따라 건강효과나 위험, 배출물에 대한 광범위한 기만적인 인상을 주는 모든 담배제품은 광고, 홍보를 금지하여야 한다고 언급하였습니다(FCTC 13.4(a) 조항). 또한, 가열담배에서 배출되는 특정 화학물질이 일부 감소하였다고 하여 해가 없다는 뜻은 아니며, 이를 근거로 인간의 건강위험을 감소시킨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실제로 몇 가지 독성물질은 가열담배의 에어로졸에서 일반 궐련의 연기보다 더 높은 농도로 나타났으며, 일반 궐련 연기에는 존재하지 않는 부가적인 독성물질도 발견되었습니다. 이러한 물질에 대한 노출이 우리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확인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한 미국 FDA의 발표도 일반 대중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미국 FDA는 아이코스를 MRTP(수정된 위험의 담배제품)로 허가하면서 “이런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 담배제품은 안전하지 않고, FDA가 (그렇게) 승인(Approval)한 것도 아니다.”라고 책임이 애매모호한 발언을 하였습니다. 현 시점에서 미국 FDA는 아이코스가 건강위험을 줄인다는 담배회사의 주장에는 반대하고 있지만, 담배회사는 MRTP(수정된 위험의 담배제품) 중 ‘위험감소’ 인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어 이에 미국 FDA가 언제 담배회사의 손을 들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한편, 미국 FDA가 아이코스의 MRTP(수정된 위험의 담배제품) 제품 허가로 인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신종담배를 규제하기 위한 유사한 규정조차 없는 형편입니다.
현재 담배성분 분석에 대한 법률, 가향물질 첨가 규제에 대한 법률, 담배사업법상 담배 정의에 대한 수정 법률이 국회에 발의되거나 예정되어 있으며, 담배회사가 담배제품에 포함된 성분과 배출물 분석결과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무적으로 제출케 하는 법률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신종담배의 유행에 따른 심각한 공중보건학적 폐해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열담배를 포함한 신종담배의 사용 현황을 모니터링과 관련 건강 위해에 대한 평가를 근거로, 청소년을 포함한 우리 국민의 건강 보호를 위하여 체계적인 규제 및 관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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