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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백일이 있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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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min | 작성일 | 2019-11-16 | ||
조회수 | 3467 | 추천수 | 8 | ||
우리의 기억은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게 아니라, 선은 희미해지거나 사라지고 흩어진 점들로만 남아있더군.
내 금연의 기억도 선이 아니라 점들의 모임이지. 점과 점, 그 사이를 희미한 선으로 연결해보지만 여름장마 후의 숲길처럼 풀이 덮여 보이지 않아.
그 점들의 낡은 아궁이에 회상의 불을 붙이니 모락거리며 오르는 내 금연의 봉수대(烽燧臺).
첫날의 희열, 백일의 환희, 그리곤 기억이 가물거려. 가장 인상에 뚜렷이 남는 건 백일의 자축연이었지. 백일, 그때까지만 견디면 평생 보장이 되는 게야. 이는 모든 전설과 야사(野史)의 기록이 증거 하지.
백일, 자축을 위해 가까운 몇을 불렀어. 때는 오월 하순, 봄기운이 무르익는 밤. 아파트의 끝, 산 밑, 오동나무 아래. 돗자리 펴고 둥글게 앉은 중심엔 소주병이 푸른 등잔으로 빛났지.
그대여 따르라, 위대한 나는 마시리니. 고개 젖혀 삼키던 하늘엔 별이 총총. 툭툭 지는 오동 꽃 하나 소주잔에 넣어 버무리자 연보랏빛 샘물이 솟더니 꾸울꺽~ 목 여울 지나 짜르르~ 위(胃)의 호수에서 안개로 피어 귀로 쏟아져 내리던 관음(觀音)의 종소리; 밤하늘을 보랏빛으로 물들이던 헌화가(獻花歌)!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참 뜨거운 눈물이었어. 마신 술보다 쏟은 눈물이 훨씬 많았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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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백일의 위대한 탑 하나를 쌓고 언제나 그 탑을 경배하며 걸었고 이루었지. 백일이면 사실 금연의 학업은 졸업이야.
그 후는 독공(獨工), 홀로의 공부인 것이지. 불가에서 말하는 돈오점수(頓悟漸修); 문득(頓) 깨쳤으나(悟), 점차(漸) 수행(修)은 깊어가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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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을 부러워하지 마. 오직 부러워할 것은 백일이야. 백일 지나 실패한다면 그건 담배 때문이 아니야. 스스로의 삶의 수행을 게을리 한 대가일 뿐이야.
깨닫고 나니, 담배는 악마가 아니라 삶을 배우고 깨치도록 옛 선각자가 만든 위대한 삶의 도구더군. 살면서 내게 수행을 시켜준 스승 있었으니, 그의 이름이 담배선사(禪師)임을 뒤늦게 알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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