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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스칩니다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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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스칩니다
작성자 min 작성일 2019-11-05
조회수 3167 추천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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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내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침범했다.

 

바탕화면 아이콘의 대부분이 빨갛게 물들어버렸다.

전문기사에게 물어보니 회복불능이라는 대답.

 

30분 정도 다시 포맷, 두 시간 남짓 다시 프로그램을 깐다.

컴의 기능은 회복이 되고 일은 할 수 있지만

내 저장의 기억은 모두 사라졌다.

 

스무 해 이상을 갈무리해둔 내 기록의 창고가 사라진 것이다.

사회나 국가 혹은 학문에 중요한 것은 당연히 없지만,

개인의 이력이 유실됐다는 것은 참 허망한 일이다.

 

기록의 유실, 이는 물리적 손실일수도 있지만

기억의 유실이라면 어떨까, 내 기억이 모두 사라진다면.

허망함이 아니라 두렵다, 이는 내 존재의 바탕이 사망했다는 의미이므로.

 

삶은 무엇이고 죽음은 무엇일까.

육신이 떠남을 완전한 죽음이라 하겠지만.

기억이 사라짐은 반의 죽음이며

정신이 희미해짐은 거의 죽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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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념에 젖다가 아주 오래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금연길라잡이, 그래서 방문을 해보지만

무척 낯설고 서늘하다.

 

아는 이도 드물고, 글도 공감이 안 간다.

담배를 잊고 금단증상도 모르는 자에게는

마음의 고향이던 이곳도 타향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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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했으니 바람의 방명록 몇 줄 남기고 간다.

 

죽음보다 힘든 하루만 참고 넘기시라.

일주일이 되면 참혹하지만 견딜 수 있으며

한 달이 차니 처절하게 버틸 수 있더라.

 

백일이 되어 환희의 눈물을 술잔에 타 마셨으나 타는 목마름은 들불처럼 지나가고

일 년이 되니 가끔 유혹이 비수처럼 찌르기도 하지만 심호흡 몇 번으로 사라지더라.

 

천일, 잊었으나 번갯불처럼 스치기도 하였으며

삼천일, 잊음도 잊어 마침내 모르게 되더라.

 

----------

 

시간 혹은 세월, 이 하나만 믿고 가십시오, 하루가 쌓여 천 날이 이루어집니다.

다만 내가 담배를 처단하기 위해 품은 첫날의 핏빛 초심을

가슴에 부적으로 새기고 건너야합니다.

 

모두 이루시어 즐겁고 청정한 삶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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