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흡연으로 인해 조기 사망하는 사람은 연간 58,000명에 이릅니다. 즉, 담배회사는 해마다 60,000명에 가까운 고객을 잃고 있는 셈입니다. 과연 어떤 사업이 이런 상황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담배회사도 이러한 상황을 잘 이해하고, 담배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것입니다.

담배사업의 지속성 확보를 위한 노력은 여러 측면에서 이루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공헌활동, 혹은 “지속가능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는 활동들입니다. 사회공헌활동은 담배 판매로 얻은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활동이자 기업의 가치와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활동입니다. 하지만 이 활동의 이면에는 담배회사에 대한 비판과 갈수록 강화되는 담배규제정책으로부터 담배사업을 보호하고 여론 내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한 활동이라는 사실이 담배회사의 내부문건 공개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담배회사는 사회공헌활동과 같은 간접적인 마케팅과 달리 담배제품의 직접적인 광고 활동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담배 광고는 담배규제정책으로 금지되거나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기 때문에 담배회사는 특정 인구집단을 공략하고 교묘한 수법을 가미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담배회사가 여성과 청소년을 공략하는 이유

마케팅 전략은 공략 대상에 따라 결정됩니다. 담배회사의 마케팅이 청소년을 공략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 흡연자의 사망률이 증가하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연간 60,000명에 가까운 흡연자가 사망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담배회사는 당연히 “신규흡연자” 발굴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입니다.

청소년과 함께 담배회사의 주요 공략 대상이 되는 집단은 여성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동일하게 나타나지만, 여성 흡연율이 낮은 아시아지역에서 담배회사의 여성 공략 마케팅은 더욱 활발합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우리나라 담배시장이 다국적 담배회사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것도 낮은 여성 흡연율이 한 몫을 했습니다. 높은 남성 흡연율은 담배를 판매할 고객 자체가 많다는 것이고, 낮은 여성 흡연율은 마케팅을 통해 시장의 규모 자체를 키울 수 있는 여지가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여성 대상 담배회사 마케팅 활동

여성을 대상으로 한 담배회사의 마케팅 전략은 전 세계적으로 유사합니다. 사회적 바람직성(social desirability), 독립, 평등, 체중관리와 같은 주제를 담은 담배회사 마케팅에서 흡연하는 여성이 날씬하고, 매력적임을 강조해왔습니다. 여성 대상담배회사의 또 다른 마케팅 전략은 저타르, 라이트와 같은 단어를 브랜드명에 붙여, 건강에 덜 해로운 담배라는 인식을 심어. 쉽게 흡연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국내 여성 대상 담배회사의 마케팅 활동 역시 위의 국외 사례와 유사합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던 1990년대 여성 흡연은 더 이상 “금기”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허용”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사회적으로 남성과 동등해지기 위한 방법으로 흡연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흡연하면 살이 빠진다는 속설 역시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여러 가지 사례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리나라 여성을 공략하기 위한 “커피숍 프로그램”입니다. 담배회사 내부문건을 분석해 1988년 국내 담배시장 개방 이후 다국적담배회사들의 마케팅활동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여성은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것이 여전히 눈치 보이고 불편하기 때문에 커피숍에서 담배제품을 마케팅 했던 것이 주요판매 전략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여성들이 많이 모이는 커피숍에 담배를 무료로 배포해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청소년 대상 담배회사 마케팅 활동

미국의 경우 지난 2008년부터 2010년 사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가장 많은 마케팅을 펼친 주요 담배 브랜드는 말보로, 뉴포트, 카멜로 이 세 개 브랜드가 12세에서 17세 사이 청소년에서 시장 점유율 1, 2, 3위를 기록했습니다.

• 1위: 말보로 46.2%
• 2위: 뉴포트 21.8%
• 3위: 카멜 12.4%

이러한 결과는 청소년 대상 마케팅 활동이 실제 청소년의 담배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반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담배회사의 대표적인 마케팅 전략은 편의점에 담배광고물을 전시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편의점 역시 계산대 주변 혹은 어린이 및 청소년들이 자주 찾는 간식거리 옆에 담배광고물을 설치하는 것이 매우 일반적인 마케팅 전략입니다. 또한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필터에 캡슐을 추가해 흡연 중 새로운 맛과 향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담뱃갑 포장에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만화, 그림, 디자인을 넣는 것 역시 담배회사의 주요 마케팅 전략 중에 하나입니다. 여기에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맛과 향을 담배에 가미하기도 합니다.

담배회사의 여성, 청소년 대상 마케팅 활동의 문제점과 대응 방안

질병과 조기사망을 유발하는 담배, 누구도 이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성인보다는 청소년, 남성보다는 여성을 담배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이고 전 세계가 이 일을 위해 활발한 정책을 펼치고 서로협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담배회사는 흡연율이 높은 남성보다는 흡연율이 낮은 여성, 평생흡연가능 기간이 짧은 성인보다는 그 기간이 긴 청소년을 주요 마케팅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성과 청소년을 담배로부터 보호하려는 자와 공략하려는 자의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싸움의 주도권은 담배회사로 쏠려 있는 것 같습니다. 담배회사는 신규흡연자 창출이라는 자신들의 생사가 걸린 문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정책결정자, 보건의료전문가, 국민들은 이 문제에 큰 관심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여성과 청소년을 담배제품 마케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이 있습니다. 법률상 여성, 청소년이 독자인 여성용, 청소년용 잡지책, 여성, 청소년이 모이는 행사 등에 담배회사의 제품 마케팅과 후원활동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성만, 청소년만 보는 잡지책”, “여성만, 청소년만 모이는 행사”를 구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성, 청소년이 상당수 포함된, 혹은 여성과 청소년이 절대적으로 많이 참여하는 행사에 담배회사가 담배제품을 마케팅 하거나 각종 방식으로 후원하는 활동은 현재도 큰 어려움 없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법의 맹점을 이용한 담배회사의 여성 및 청소년대상 마케팅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반영한 법제도 개편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강력한 규제 정책이 도입되고 시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문제인식”이 중요합니다. 담배회사의 여성 및 청소년 대상 마케팅 전략에 대한 정부, 정책의사결정자 및 국민의 관심, 그리고 전문가들의 노력이 문제해결방안 마련을 위해 절실합니다.

이미 호주의 일부 주정부에서는 “담배 없는 세대 (Tobacco Free Generation)”를 선언하고 2000년 이후에 출생한 사람들에게는 담배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정책을 입법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과학적 근거와 경험을 바탕으로 담배회사의 마케팅 전략을 차단하기 위한 세부 전략이 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에 담겨있습니다. 담배규제기본협약의 담배광고 포괄적 금지 조항이 실현될 수 있도록 강력한 법제도 마련과 조속한 이행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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