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회사 문건과 공개

1954년 6월, 미국에서 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tobacco litigation)이 처음 제기되었습니다. 이 후, 담배관련 유사 소송이 이어졌지만 당시에 담배와 질환 간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어 대부분의 소송들은 공판에 가기 전에 철회되거나 기각되었고, 공판까지 진행된 소수의 소송들도 법원은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1964년 미국 ‘연방의무감 보고서 (Surgeon General Report)’를 통해 흡연이 건강의 위험요인(risk factor)이라는 것이 공식적으로 발표되면서 미국 내 흡연에 대한 인식 변화와 더불어 정부 금연정책도 강화되면서 흡연율 역시 자연스럽게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소송 환경은 여전히 담배회사에 대한 우호적이었습니다. 하지만, 1994년 브라운 앤 윌리암스 담배회사(Brown and Williamson, B&W)의 ‘공익제보자 (whistle-blower) ’로부터 해당기업의 기밀문건 (confidential documents)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미국 내에는 금연운동과 담배규제정책, 그리고 담배소송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이 문서를 접한 사람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UCSF)의 스탠튼 글란츠 (Stanton A. Glantz) 교수였습니다. 그는 1970년 후반부터 캘리포니아 주 지역 내 공공장소 및 식당 등에 금연구역법 (smoke-free laws)을 도입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하던 금연운동가이자 학자였습니다. 그의 열정을 신뢰한 B&W의 공익제보자는 회사의 내부문건을 Glantz 교수에게 발송하게 되었고, 이후 Glantz 교수는 동료학자들과 함께 1995년 7월 “Looking through a keyhole at the tobacco industry”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미국 의학협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 JAMA)를 통해 발표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담배회사의 부정직함(dishonest), 비도덕적인(immoral) 행동과 전략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담배회사들은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가 밝혀지기 이전부터 이러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내부문건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대규모의 담배회사 내부문건이 일반에 공개된 계기는 1994년 미네소타 (Minnesota) 담배소송과 MSA 보상합의(Master settlement Agreement, MSA)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미네소타 주립정부와 미국 내 거대 민간보험회사인 Blue Cross and Blue Shield가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였습니다. 주립정부가 소송에 참여하면서 이는 미국 내 또 다른 40개의 유사소송을 이끌어 냈고, 마침내 1998년 미네소타(Minnesota) Consent Judgment는 미네소타 담배소송에 연루된 담배회사이 미국 미네소타와 영국 길퍼드(Guildford)에 문서보관소를 설치하고 수백만 페이지에 달하는 내부문건의 원본을 일반에 공개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이후 담배회사와 미국 주립정부들 간의 문서공개와 관련한 합의안(Master Settlement Agreement: MSA)이 도출되었고, 그 결과 최종적으로 6곳의 담배회사, American Tobacco Company, BritishAmerican Tobacco Company (BAT), B&W, Lorillard Tobacco Company, Philip Morris Incorporated (PM), RJ Reynolds Tobacco Company (RJR)와 담배 관련 연구소 2곳, Council for Tobacco Research와 Tobacco Institute가 보유하고 있는 기밀문서를 해당기업 인터넷 홈페이지(https://www.industrydocuments.ucsf.edu/tobacco/)를 통해 일반에 공개하도록 하였습니다. 최초 문서공개 마감일은 2010년 6월 30일로 법원이 명령을 하였으나, 추가 문서 공개기간 연장 소송으로 인해 현재는 2021년 9월 1일까지 마감일이 연장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 중 BAT와 Lorillard는 이 합의안에 불참을 선언하여 현재 이들 두 기업은 자신들의 내부문건을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밀 (Confidential)로 분류된 담배회사 내부 문건 사례

• < 출처 >
  • Truth Tobacco Industry Document, Bates Number 502594945-502594952 (https://www.industrydocuments.ucsf.edu/docs/hlxv0194), RJ Reynolds Tobacco Company의 1991년 내부문건으로 담배회사의 마케팅 전략 중 'Trademark diversification' 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다. 이 전략은 직접적인 마케팅활동 (direct marketing: TV, 라디오 등을 이용한 광고)이 통제된 시장에서 담배제품의 간접적인 광고를 위해 담배브랜드 및 이미지를 담배 이외의 제품에 새겨 홍보하는 방법이다. 주로 모자, 티셔츠, 가방 등에 많이 활용되었던 전략이다. 브랜드스트레칭 (Brand stretching) 이라고도 한다.

그림 브랜드스트레칭 적용사례_ 담배회사 브랜드명을 이용한 핸드폰 충전기, 옷, 모자

• < 참고문헌 >
  • Mackenzie R, Collin J, Lee K. The tobacco industry documents : an introductory handbook and resource guide for researchers. London, University of London. 2003
  • U.S. Department of Health, Education, and Welfare, Public Health Service. Smoking and Health: Report of the Advisory Committee to the Surgeon General of the Public Health Service. Washington: U.S. GPO, 1964.
  • US General Accounting Office. International Trade. Advertising and Promoting U.S. Cigarettes in Selected Asian Countries. Washington D.C. General Accounting Office. 1991
  • Glantz SA, Slade J, Bero L, Hanauer P, Barnes DE. The Cigarette Papers.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6
  • Glantz SA, Barnes DE, Bero L, Hanauer P and Slade J. Looking through a keyhole at the tobacco industry: The Brown and Williamson documents, JAMA 1995;274:219-24
  • Mackenzie R, Collin J, Lee K. The tobacco industry documents: an introductory handbook and resource guide for researchers. London, London School of Hygiene &Tropical Medicine. 2003
  • United States of America vs. Philip Morris USA, Inc. ORDER # 1021, Document 5765. United States District Court for the District of Columbia; 20 Sep 2006